"한국 관광 필수 코스 됐어요"…홍대 라면도서관 만든 CU직원

입력 2024-02-12 18:27   수정 2024-02-13 00:45

요즘 식품·유통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 사이에서는 ‘홍대입구역에 꼭 한 번 가봐야 한다’는 얘기가 돈다. 팝업스토어나 명품 브랜드 매장 때문이 아니다. ‘라면 라이브러리’(편의점 CU 홍대상상점) 때문이다.

이 매장에 들어서면 수백 개의 봉지라면으로 꽉 채워진 한쪽 벽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책이 빼곡히 꽂힌 책장 같다. 옆에는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즉석조리기와 컵라면 모양 식탁이 있다. 신선한 체험형 팝업스토어와 같은 이곳은 지난해 12월 초 문을 연 이후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됐다.

이 매장을 기획한 건 지난해 8월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에 경력 입사한 황보민 가공식품팀 상품기획자(MD·36·사진)다. 황보 MD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라면을 직접 끓여 먹는 걸 동경하는 외국인이 많아졌다”며 “이런 로망을 실현해주는 편의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입사 반년도 채 안 된 그가 라면 라이브러리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지난해 말. ‘CU 주류 특화 매장을 이을 차세대 매장을 만들어보라’는 미션을 받으면서다. 황보 MD는 국내 거의 모든 팝업스토어, 맛집, 유명 거리 등을 훑고 다녔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게 봉지라면이었다.

“해외에도 라면 특화 매장이 있지만 번들 형태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대부분이더라고요. 봉지라면 낱개를 한데 모아서 진열하면 ‘인증샷’을 찍을 만한 시각적인 효과와 함께 쇼핑의 재미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매장 개점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한 달 반이었다. 그 사이 황보 MD는 주말도, 휴일도 없이 매일 매장으로 출근했다. 그는 “처음에는 봉지라면을 회사별 재료별로 진열해보기도 했다”며 “결국 외국인 입장에서 가장 궁금해할 맵기 순서대로 보여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개점 2개월 만에 라면 판매량이 3만 개를 넘어섰다. 이 중 70%가 봉지라면이다. 라면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은 일반 편의점 대비 20배에 달한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도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거나, 해장할 수 있는 장소로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네 시간 동안 매출은 400만원을 찍었다.

BGF리테일은 홍대상상점의 성공을 발판 삼아 라면 특화 매장을 늘릴 예정이다. 황보 MD는 “지역 맛집 등과 협업한 새로운 라면도 개발해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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